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매수인이 '매매대금을 일정한 시기까지 지급하지 아니하면 계약은 해제된 것으로 보거나 무효로 한다'라고 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을 '자동해제' '자동무효' 조항이라고 하는데, 약정한 지급시기만 경과하면 따로 이행제공이나 해제통지를 하지 않아도 바로 해제되거나 무효로 될까. 아니면 부동산 매매계약이 쌍방이 대가적 채무(소유권이전의무, 대금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쌍무계약이므로 매도인이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서류(특히 매도용인감증명서)를 떼어 이행의 제공을 하면서 다시 일정 기한(보통 7~10일)을 정해 매매대금의 지급을 최고하고 그 기한까지 지급하지 않을 때 비로소 해제나 무효로 될까.
 
 우선 매수인이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지급시기까지 지급하지 못하면 자동해제·자동무효된다는 규정이 있을 경우에 대해 살펴보자.
 
 대법원은 "매매계약에 있어 매수인이 중도금을 약정한 일자에 지급하지 아니하면 그 계약을 무효로 한다고 하는 특약이 있는 경우 매수인이 약정한 대로 중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면 그 불이행 자체로써 계약은 그 일자에 자동적으로 해제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라고 해 중도금 미지급 사안에서 자동해제조항이 유효하다고 보았다.(88다카132 판결, 92다5928 판결 등)
 
 매수인이 계약금을 지급시기까지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해제조건의 성취로 보아 자동해제(무효)조항의 효력이 발생한다.(울산지법 2015가합20328 판결 등)
 
 판결 이유를 보면 매매대금 중 매수인의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지급할 의무는 잔금지급의무와 달리 매도인의 반대급부의무인 소유권이전서류 제공의무 등과 결부되지 않고, 매수인이 먼저 이행하여야 할 선이행의무인데, 선이행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해제나 무효의 효력이 바로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매수인이 '잔금'을 지급시기까지 이행하지 못한 경우는 다르다.
 
 대법원은 "자동해제 약정이 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의 잔대금지급의무와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으므로 매도인이 잔대금지급기일에 이행의 제공(소유권이전서류 제공)을 하거나, 기일에 못했다면 소유권이전서류 준비 후 다시 일정한 기한을 정해 잔금이행의 최고를 하여 매수인으로 하여금 이행지체에 빠지게 해야 비로소 해제된다"라고 했다.(91다32022 판결)
 
 한편 아파트 시행사업 부지 매매계약에서처럼 사업 편의상 계약금과 잔금만으로 정하고 잔금 시기가 도과(徒過)하면 자동해제된다는 특약을 한 경우, 잔금시기 도과하면 바로 해제되는 것으로 본 하급심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