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공사를 하고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공사업자는 미지급대금을 다 받을 때까지 공사한 건물을 점유하면서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유치권도 채무자가 상당한 담보를 제공하고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327조). 채무자 외 소유자도 청구 가능하고, 상당한 담보란 근저당권 설정, 예금채권 제공 등이다.
 
 여기서 유치권 소멸을 위해 제공하는 담보의 상당성과 관련한 최근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자. 대법원은 "민법 327조에 따라 채무자나 소유자가 제공하는 담보가 상당한지는 담보 가치가 채권 담보로서 상당한지, 유치물에 의한 담보력을 저하 시키지 않는지를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유치물 가액이 피담보채권액보다 많을 경우에는 피담보채권액에 해당하는 담보를 제공하면 되고, 유치물 가액이 피담보채권액보다 적을 경우에는 유치물 가액에 해당하는 담보를 제공하면 된다"라고 판결해 제공해야 할 상당한 담보의 판단기준을 명확히 했다.(2021년 7월29일 선고 2019다216077 판결)
 
 판례의 사례를 보면, A가 경매로 매수한 건물(가액 1억5천500만원)에 유치권자 B가 4억1천700만원과 지연이자채권에 기해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었는데, A는 상담한 담보 제공을 위해 A소유의 다른 건물(가액 1억5천900만원)에 최선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는 방법으로 다른 담보를 제공하겠다는 청약을 하면서 유치권 소멸을 청구하는 의사표시를 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판단기준에 따라 "유치물 가액이 1억5천500만원으로 피담보채권액(4억1천700만원 및 이자)보다 적으므로, A가 유치권 소멸을 청구하기 위해서 유치물 가액에 해당하는 담보만 제공하면 되는데, A가 제공한 담보는 우선변제권이 있는 최선순위 근저당권 설정이고 담보물 가액도 1억5천900만원으로 유치물가액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A의 상당한 담보 제공으로 B의 유치권이 소멸되었으니 유치물을 인도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대법원은 또 다른 사건(2021다241991)에서도 200억원이 넘는 채권을 가진 유치권자가 가액 300억원 넘는 단독 건물의 극히 일부 사무실(25㎡, 감정가액 2천200여 만원)을 점유하며 유치권 행사를 하는 상황에서 2천300여 만원의 예금채권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치권이 소멸됐다고 판단했다.
 
 위 판례들은 유치권자에게 심히 불리한 판단이다. 대부분의 유치권자들이 방 하나, 사무실 하나를 점유하며 유치권 행사를 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앞으로 유치권을 쉽게 소멸당하지 않으려면 최대한 넓은 면적을 점유해야 할 것 같다.